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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IT 기업에서 스타트업으로 #5: 스타트업에 필요한 인재 (1)

2022년 2월, 3년간 몸담은 사랑하는 회사를 뒤로하고 설립한지 1년도 되지 않은 스타트업으로 이직했습니다. 시리즈물로 퇴사의 이유, 스타트업을 선택한 이유, 경험한 외국계 기업과 스타트업의 차이에 대해서 써나갈 예정입니다. 오늘은 다섯 번째 이야기, "스타트업에 필요한 인재 (1)"입니다.

지난주에는 이직하고 개인적으로 최대의 위기를 겪었다. 내가 이직해온 업계는 스타트업 중에서도 제조업을 기반으로 하는 온라인 커머스 업계다. 즉 실물을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일을 하다보니, 실물이 만들어지는 제조 단계까지 모두 관여해야만 한다. IT 회사 이전에 제조업 회사에서 일해봤지만, 제조 담당자가 아니었기도 하거나와 직접적으로 생산처와 긴밀하게 일하지도 않았었기 때문에 어떻게 물건이 만들어지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했었다. 

 

기본적으로 물건이 팔리기 위해서는 원자재가 조달되어야 하고, 그 조달된 원자재가 생산되어야 하며, 생산된 이후에는 창고로 이동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마케팅 / 판매 활동을 할 수 있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원자재 조달 > 생산 > 물류 프로세스가 갖춰지지 못하면 마케팅과 판매활동은 할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나의 위기는 그 원자재 조달 단계에서 발생했다.

 

원자재에는 어떤 것이 필요할까? 내가 좋아하는 초코송이를 예시로 들어보겠다. 초코송이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초코 송이의 초코를 만드는 초코 원자재들이 필요할 것이고, 초코 아래 손잡이 역할을 하는 비스켓의 원료가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만들어진 초코송이들을 담을 수 있는 플라스틱 비닐 재질의 포장재가 필요할 것이고 이 비닐 포장재를 담는 종이 박스가 필요할 것이다. 이것이면 충분할까? 

출처: SSG.com

그것이 그렇지가 않다. 이 초코송이가 소비자들이 찾는 마트로 배송되기 위해서는 이 초코송이를 담는 아웃박스라고 하는 박스를 담는 박스가 필요하다. 이 모든 아웃박스까지 갖춰졌을 때 원자재가 준비되어 생산 절차를 시작할 수 있다. 그리고 나의 위기는 이 아웃박스가 준비되지 않은 것이 원인이었다.

 

 

공장의 생산 일정은 오늘 다 잡혀있고, 내일 당장 창고로 입고되어야만 판매에 차질이 없는 상황에서 박스가 없다. 당신이 이 상황에 처해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선택은 생산 일정을 미루는 것일 것이다. 생산 일정을 늦추고, 물류 센터 입고 일정을 늦춰서 거래처로 납품되는 일정을 놓치는 것이다. 손쉬운 결정인 만큼, 소비자에게 판매될 수 있는 물량을 공급하지 못하는 것이기에 매출/이익의 손실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매출과 이익을 극대화하는 임무를 가진 사람이라면, 이 카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쓸 수 밖에 없는 카드로 남겨두어야 한다.

 

매출과 이익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박스가 반드시 필요하다. 기존에 공급을 받던 박스 제작업체에 문의하니 박스 제작에 이틀이 걸리는 상황이며, 안타깝지만 어떤 수를 쓰더라도 그보다 빠르게 만들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회신을 주었다. 그렇다면 남은 대안은 다른 형태의 박스를 구하는 것 뿐이었다.

 

다른 형태의 박스는 어떻게 구할 수 있을까? 그보다, 다른 형태의 박스가 구해진다고 한들 그 박스가 거래처에 입고될 수 없다면 그 박스는 구해봐야 소용이 없다. 거래처마다의 물류 시스템이 존재하고, 박스 형태도 시스템에 맞아야만 입고처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박스를 구하기 전, 입고처에 현재 아웃박스가 없어서 대체해야 하는 상황임을 알리고, 다른 형태의 박스로 대체할 수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1) 박스가 기존과 100% 같은 사이즈여야만 입고될 수 있는지? 얼마만큼의 차이까지 용인이 가능한지?

2) 박스 디자인이 기존과 달라도 입고가 가능한지? 

 

다행히도 입고처로부터 기존 박스의 크기와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 정도의 박스는 괜찮고, 디자인이 같지 않아도 괜찮다는 답을 얻었다. 확인을 받은 이후 기성품 형태로 박스를 판매하는 업체를 찾았고, 당일 퀵 배송으로 생산처에 입고할 수 있었다. 이렇게 이직 이후 최대의 위기를 해결했다.

일련의 사태를 겪으며, 스타트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의 특징 3가지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꼭 스타트업이 아니라 회사 전반에 적용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하지만, 특히나 시스템이 부족한 스타트업에 더 잘 적용될 수 있는 덕목들이라고 생각한다.

 

1. "되게 하는" 마인드

첫번째는 무엇보다 "되게 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사건이 터졌을 때, 안 될 것이라고 짐작하고 포기하는 마인드를 가진 사람은 스타트업에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스타트업은 흔히 빠르게 성장하고, 빠르게 성장한다는 것은 내부적으로 봤을 때는 정신없이 돌아간다는 말과도 같다. 과장을 조금만 보태면, 스타트업은 매일매일이 사건의 연속이고 이것을 풀어나가는 과정이다. 그래서 예상치 못한 사건에 의연해야 하고, 동시에 그 사건을 풀 수 있는 적극성이 필수적이다. 그리고 그 적극성이 문제를 푸는, "되게 하는" 사람이 가지는 마인드 셋이다.

 

2. 비난 받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

두번째는, 두려움이 없어야 한다. 특히 실수가 발생했을 때 잘못을 빠르게 인정할 줄 알아야 한다. 다른말로 하면, 내가 비난 받을 상황에서 비난 자체를 두려워해서는 안된다. 비난은 한 순간에 불과하고, 문제가 해결되면 그 비난은 찬사로 바뀔 수 있다. 실제로 나도 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많은 이해관계자의 비난을 감수해야만 했다. 입고처와 공산품 박스를 만드는 업체, 생산 공장 모두에게 비난을 받았다. "이렇게 일하시면 안돼요", "안 되는걸 되게할수는 없어요", "이렇게 하시면 앞으로 거래 못합니다" 등등... 그래도 두렵지 않았다. 일만 처리할 수 있다면 다 감수할 수 있었다. 진정 두려워해야 할 것은 비난 받을 것이 두려워 그 상황을 피하려고 하는 태도라고 생각했기에 문제 앞에 당당할 수 있어 오히려 만족스러웠다.

 

3. 어려워도 웃는 사람

세번째는 어려워도 감정적으로 안정된, 웃을 수 있는 자질이다. 스타트업은 앞선 글 (외국계 IT 기업에서 스타트업으로 #4: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차이 (1))에서도 밝혔지만, 리소스가 부족한 연유로 시스템이 없는 경우가 많아서 사건 사고가 비일비재하게 발생할 수 밖에 없다. 그런 사건 사고들을 맞이해야 하는 상황에서 감정이 요동쳐서는 일을 제대로 해낼 수 없다. 감정이라는 것은 전파되는 성질이 있어서, 불안한 동료는 주변을 불안하게 만든다. 반대로 안정적인 동료는 주변을 안정적으로 만드는 힘이 있다. 그리고 사람들은 안정적인 사람과 일하고 싶어하지 불안한 사람과 일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사건이 많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스타트업과 같은 환경에서는 안정성을 더할 수 있는 인재가 불안함을 더하는 인재보다 환영받을 수 밖에 없다.

 

스타트업에서의 커리어를 생각한다면, 스스로가 (1) 되게 하는 마인드를 가졌는지, (2) 비난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인지, (3) 어려워도 감정적인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인지를 생각해보면 좋겠다. 스타트업의 세계로 나아가려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판단에 도움이 되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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