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살지 않는 방법을 모르겠어요 (어부와 투자자 이야기)
텍사스 대학교의 하네만 오티즈 교수의 한 어부와 벤처 투자가 이야기를 들어본적 있는지 모르겠다. 이야기에 따라 어부는 스페인 사람이었다가, 멕시코 사람이기도 하고, 벤처 투자가는 경영학 교수였다가 컨설턴트였다가, 투자은행가로 변하기도 한다.
주어는 이야기를 옮기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지만, 결국 이야기를 요약해보면, 고기잡이로 자족하는 어부가 충분히 고기를 잡지 않는 모습을 본 투자가가 어부에게 왜 더 고기를 잡지 않느냐고 따져 묻는다. 어부는 먹고 살기에 충분한 양을 잡았기에 더 잡지 않는 것이라고 답한다. 고기를 더 잡는데에 시간을 쓰는 대신 낮잠도 자고 술도 한 잔 하며 친구와 가족과 시간을 쓸 것이라며. 그런 어부를 두고 투자자는 어떻게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지에 대해 일장 연설을 시작한다. 고기잡이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여 회사를 만들고 더 많은 어선으로 더 많은 고기를 잡을 수 있는 방법을 말이다. 그리고 그렇게 하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고 설명한다.
투자가의 설명이 끝나자 어부가 묻는다. "그래서 그 돈을 가지고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나요?"
투자가가 대답한다 "늦잠 자고, 애들이랑 놀아주고, 포도주 한잔 마시고, 친구들이랑 기타 치며 놀면 되죠."
이에 어부가 웃으며 대답한다 "이보시오 투자가 선생, 나는 이미 그렇게 살고 있다오"
이 이야기가 여러분에게 어떻게 들리실지 모르겠다. 이 이야기를 만드신 교수님의 높은 의도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이 이야기가 그다지 유쾌하게 와닿진 않았다. 어릴때부터 여유롭게 자족하며 살 수 있는 환경이 허락되지 않아서 그런 것일수도 있겠지만, 그것보다 상황을 더 개선시켜보려는 노력이 웃음거리로 전락하는 해학이, 어쩌면 노력해도 결과는 똑같을 것이라는 교훈적 메세지가 불편하게 다가왔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내 전공인 경영학의 무용함을 지적하는 것 같아 발끈 했을지도.
그런데 정말 그 어부의 말대로 열심히 노력하는 결과와 그렇지 않은 여유로운 삶의 결말이 같을까?
이야기를 한 번만 틀어서 바라보자. 어부가 오늘 먹을만큼만, 필요한 만큼만 고기를 잡고 놀다가 갑자기 며칠간 날씨가 나빠져서 고기잡이를 할 수 없다면 어떨까? 그 때도 낮잠을 자고 술을 마시며 여유롭게 지낼 수 있을까? 가령 매일 날씨가 좋아서 어업을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다음 날 잡아야 할 고기를 생각하며 쉬는 것과, 몇 년간 고기를 잡지 않아도 걱정없는 상태에서 쉬는 것의 퀄리티 차이가 나지 않을까? 당장 내일 고기가 얼마나 잡힐지도 모르는 채 태평하게 낮잠을 자고 술을 마실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이야기를 틀어본 김에 조금 더 틀어보면, 나의 필요 이상으로 잡은 고기를 통해 나의 미래를 대비하는 물품이나 돈으로 교환할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웃 사람들과 나누어 먹을 수도 있고, 어려운 사람을 도와줄수도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최악의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재정적 여유를 가질수도 있고, 어려운 상황에 나를 도와줄 주변 사람들을 얻을수도 있을 것이다. 이래도 정말 어부가 생각하는 지금의 '여유'와, 투자가가 말하는 미래의 '여유'가 같은 여유일까?
사람마다 가치관이 다르기에 열심히 사는 것은 물론 개인의 선택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에게' 어떻게 살 것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단연코 열심히 사는 인생을 택할 것이다. 나는 세상에 공짜가 없기에, 열심히 사는 인생에도 열심히 살지 않는 인생 대비 대가가 주어진다고 믿는데, 열심히 사는 인생의 가장 큰 대가는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에 있다고 믿는다.
비슷한 일머리를 가진 사람들이 일하는 직장을 생각해보자.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당연히 업무적으로 아는 것이 많아질 것이다. 아는 것이 많아지면, 내가 담당하는 일을 더 잘 할 수 있게 되고 이 일을 통해 회사에게 더 큰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다. 직접적으로 파트너와 함께 일하고 있다면, 파트너에게 더 많은 이익을 가져다 줄수도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서는 내가 함께 일하는 주변 동료들이 모르는 것을 해결해줌으로써 동료들에게도 도움되는 사람이 될 수 있다. '열심히 사는 나'로 인해서 내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존재가 되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열심히 살아야 할 이유가 충분하지 않을까?
나와 내 가족이 먹을 생선만 잡는 어부가 아니라,
주변 친구들, 나아가서는 마을까지 먹여살릴 수 있는 어부가 사실은 더 행복한 어부이지 않을까?
저희가 열심히 사는 이유를 영상으로 남겨보았습니다 :) 이렇게 찍고, 쓰고나니 더 열심히 살아야 할 것 같아서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오히려 나태해질 때 더 열심히 살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감사합니다. 열심히 살고 싶은 분, 열심히 살고싶은 이유를 찾고 싶은 분이라면 저희의 영상을 참고해주세요!
https://www.youtube.com/watch?v=X65dlfE9FVs